미국의 입국서류에 sex라는 항목이 있다. 성별을 기입하는 곳인데, 이곳에다 엉뚱하게 기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인만 하더라도 sex라고 하면 당장에 성행위를 연상하기 쉽다.
미국 여성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에 sexism, sexis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성차별주의자’를 의미한다. 인종을 의미하는 race에서 파생한 racism은 인종차별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이것에서 본을 따서 ‘성별’이라는 의미의 sex를 바탕으로 ‘성차별’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 sexism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들도 강의 중에 말조심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진보적 여학생들에게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he or she용법이다. 영어는 주어 없이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he, she인칭대명사를 많이 사용한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는 he를 주어로 하면 되는데, 지금은 일부러 he or she라고 말한다. 또한 chairman을 chairperson으로, spokesman을 spokesperson으로 ‘무성화’해서 말하기도 한다.
여하간에 woman’s lib(여성 해방 운동)은 미국인의 일상어에 일대변혁을 가져왔다. 이것처럼 광범하게 영어 자체를 뜯어고치게 한 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없었다고 생각된다.
영어는 남성중심의 사고에 입각한 언어이다. 참된 여성차별의 철폐는 말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성이란 뜻의 woman은 ‘자궁’을 의미하는 womb에 남성의 man이 붙은 것이다. 즉, ‘자궁이 있는 남자’가 곧 여자인 것이다. 사람, 인간을 총칭할 때도 man을 사용한다. woman은 ‘인간’이란 의미가 되지 않는다.
또한 여성의 경칭이 결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Miss와 그렇지 못한 Mrs.로 구별되는 것도 남성 측의 발상이다. 그래서 Ms.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어는 여성차별이 없는 진보된 언어가 아닐까? 남자를 ‘인간’이나 ‘사람’을 총칭하는데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성형 명사나 여성형 명사 따위의 까다로운 것도 없다.
여성차별어의시정이구체화되기시작한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인데, 1960년중반기부터본격화된 woman’s lib는 70년대에접어들어서현실에적응한 여성의 사회진출로 구현되기 시작하였다. 여성지사의 탄생, 발언권이 강한흑인여성하원의원의출현, 1세기 이상 금녀를 굳게 지켜온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여학생의 입학이 허락되는가 하면 여성장관도 임명되었다.
이러한가운데 1976년 4월당시의 Ford 대통령은미합중국의모든법령규칙에서부터 여성차별적인 표현이나 어휘의 총점검을 법무부에 명령했다. 여성을 수반으로 하는 task force가 결성되어 컴퓨터를 이용, 법령이나 규칙상의 he, she, him, her, male, female등을 뜯어 고친 것이다.